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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양귀자 책 후기

by 나비로이 2020. 5. 31.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788730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거침없이 질주하며 여성 억압에 관한 담대한 질문을 퍼붓는 강렬한 주인공, 자신의 존재 조건에 스스로 신화적 의미까지 부여하는 주인공 강민주 작가 양귀자의 장편소설. 1992년에 초판이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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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고 소설이 고팠을 때쯤, 

불현듯 오만만씨가 추천해 준 책을 읽어야겠다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명부터 심상치 않았던 이 책(원미동 사람들 저자).. 무슨 내용인지 어떤 배경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는데,

세 쪽 만에 반했다. 

그리고 아, 이 책은 소장해야겠다 싶어 곧장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달려가 6,000원 싸게 책을 얻었다.

 

자기 자신을 건설하고 운명을 거부하는 강민주, 남자들에게 신물 난 그는 

티비속 여자들에게 '저 남자는 다를거야'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백승하라는 남자 배우를 통해 

이러나저러나 역시 남자는 남자다. 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계획을 실행한다.

 

(결말은 책에서 확인! 재밌어요!! 밑에 스포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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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계획은 실패했지만, 그 과정속에 나오는 많은 배경들이 하이퍼리얼리즘이었다.


각종 여혐과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의 현실, 그리고 그남들의 똑같은 변명과 레파토리가 책에 나오는 걸 보고, '아 최근에 쓰여진 책이구나'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했으나 30년 전에 초판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놀라울만큼 바뀌지 않은 세상.. 여성과 남성의 모습

 

강산이 3번이나 변했는데, 여전히 상담소에 걸려오는 전화 내용 속 피해자 여성들의 모습은 지금과 다를 바 없고,

폭력 행사 뒤 다시 잘해주는 남자로부터 '그래도 술만 마시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라며 벗어나지 못 하는 여성들,

지가 뭐라도 된 양 싫다는 여성(강민주)에게 끝까지 집착하는 남자의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또, 민주가 신문사에 첫 투고를 넣고 많은 여성들이 (범죄자인) 민주에게 동조하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 깊었다.

백승하가 민주의 말에 감정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모든 남성이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뉘앙스로 얘기하는 모습 또한

현실 고증 그 자체... (핀트는 그게 아니란다. 백승하야..)

 

결말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으나, 

새로운 장이 시작될 때마다 나왔던 강민주의 문장들은 정말 멋있었고

주인공이 감정에 휘둘리는 신데렐라 여주가 아니라, 야망있고 능력되고 돈 있고 이성적이고, 여성들이 직면한 이 세상의 현실을 직시하는 페미니스트 여성이라 좋았다.

 

민주의 계획처럼은 아니더라도, 지금 이 세상에 여러명의 민주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실제로 많은 민주들이 나타나고 있고.


작가는 '여성소설로만 읽히기 보다 세상의 온갖 불합리와 유형무형의 폭력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함께 읽히기를 감히 소망한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지속되는 삶의 궤도 위에서 온 힘을 다해 커브를 도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결말에 대해 아직 생각이 다 정리되진 않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백승하가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어서 아쉬웠고(내용적으로.. 사실 책 읽는 내내 계속 제에발 개 쌍노무새끼여라 라고 빌었다.) 민주의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남기가 '민주를 위해' 총을 쐈지만, 그것이 정말 민주를 위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예전의 민주라면 남기가 그렇게 해주기를 바랐을 것 같지만, 변한 민주도 또 다른 민주이기 때문에

자신의 환상에서 벗어난 민주를 견디지 못한 남기의 선택(남기 자신을 위한)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야망있는 여성 주인공이 고픈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다시 생각해보니 이 후기를 썼을 때와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민주의 계획에 대한 회의?도 들고 지금은 작가의 말이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도 같다.

생각 정리하는게 제일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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