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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고 소설이 고팠을 때쯤,
불현듯 오만만씨가 추천해 준 책을 읽어야겠다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명부터 심상치 않았던 이 책(원미동 사람들 저자).. 무슨 내용인지 어떤 배경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는데,
세 쪽 만에 반했다.
그리고 아, 이 책은 소장해야겠다 싶어 곧장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달려가 6,000원 싸게 책을 얻었다.
자기 자신을 건설하고 운명을 거부하는 강민주, 남자들에게 신물 난 그는
티비속 여자들에게 '저 남자는 다를거야'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백승하라는 남자 배우를 통해
이러나저러나 역시 남자는 남자다. 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계획을 실행한다.
(결말은 책에서 확인! 재밌어요!! 밑에 스포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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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계획은 실패했지만, 그 과정속에 나오는 많은 배경들이 하이퍼리얼리즘이었다.
각종 여혐과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의 현실, 그리고 그남들의 똑같은 변명과 레파토리가 책에 나오는 걸 보고, '아 최근에 쓰여진 책이구나'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했으나 30년 전에 초판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놀라울만큼 바뀌지 않은 세상.. 여성과 남성의 모습
강산이 3번이나 변했는데, 여전히 상담소에 걸려오는 전화 내용 속 피해자 여성들의 모습은 지금과 다를 바 없고,
폭력 행사 뒤 다시 잘해주는 남자로부터 '그래도 술만 마시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라며 벗어나지 못 하는 여성들,
지가 뭐라도 된 양 싫다는 여성(강민주)에게 끝까지 집착하는 남자의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또, 민주가 신문사에 첫 투고를 넣고 많은 여성들이 (범죄자인) 민주에게 동조하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 깊었다.
백승하가 민주의 말에 감정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모든 남성이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뉘앙스로 얘기하는 모습 또한
현실 고증 그 자체... (핀트는 그게 아니란다. 백승하야..)
결말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으나,
새로운 장이 시작될 때마다 나왔던 강민주의 문장들은 정말 멋있었고
주인공이 감정에 휘둘리는 신데렐라 여주가 아니라, 야망있고 능력되고 돈 있고 이성적이고, 여성들이 직면한 이 세상의 현실을 직시하는 페미니스트 여성이라 좋았다.
민주의 계획처럼은 아니더라도, 지금 이 세상에 여러명의 민주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실제로 많은 민주들이 나타나고 있고.
작가는 '여성소설로만 읽히기 보다 세상의 온갖 불합리와 유형무형의 폭력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함께 읽히기를 감히 소망한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지속되는 삶의 궤도 위에서 온 힘을 다해 커브를 도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결말에 대해 아직 생각이 다 정리되진 않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백승하가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어서 아쉬웠고(내용적으로.. 사실 책 읽는 내내 계속 제에발 개 쌍노무새끼여라 라고 빌었다.) 민주의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남기가 '민주를 위해' 총을 쐈지만, 그것이 정말 민주를 위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예전의 민주라면 남기가 그렇게 해주기를 바랐을 것 같지만, 변한 민주도 또 다른 민주이기 때문에
자신의 환상에서 벗어난 민주를 견디지 못한 남기의 선택(남기 자신을 위한)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야망있는 여성 주인공이 고픈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다시 생각해보니 이 후기를 썼을 때와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민주의 계획에 대한 회의?도 들고 지금은 작가의 말이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도 같다.
생각 정리하는게 제일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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