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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꿈의 제인(조현훈) 후기

by 나비로이 2020. 3. 14.

스포 있음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4980

 

몇몇 친구들이 카톡프사나 배경사진으로 제인 사진을 해놓은 걸 보고 나중에 한 번 봐야지 싶었던 영화.

한국보다 인터넷이 월등히 느린 뉴질랜드에서 보느라 영화가 자주 끊겼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던 영화였다. 특히 제인의 연기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응..? 그래서 제인이랑 언제 만난거지? 지수랑은 원래 알던 사이가 아니었나? 싶었는데, 여러 후기와 해석들을 보고 어느정도 나의 생각도 정리되었다.

우선 여러 사람이 말한대로, 영화는 소현의 꿈속, 소현의 현실로 나뉘는 것 같다.

대체적으로 꿈이라 생각되는 부분들은, 몽환적인 분위기에 따뜻한 색감들이고 현실이라 생각되는 장면들은 차갑고 푸른 빛이 돈다.

내가 생각하는 사건의 흐름은 이렇다.

정호가 일하는 [뉴월드]에 찾아간 소현 - 정호를 좋아하는 제인과 소현의 만남 - 제인의 공연을 보고 따뜻한 위로를 받은 소현 - 가출팸에서 지수를 만나게 됨 - 지수의 죽음

여기까지가 현실 속에서의 사건 개요인 것 같고

자신을 유일하게 챙겨줬던 지수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꿈에 투영되어서 거기서는 제인(현실에선 지수)이 죽고, 그나마 따뜻하다고 느꼈던 '쫑구(?), 대포, 지수, 제인'과 한 팸을 이루면서 산 것 같다.

현실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이 꿈에 투영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힌트들이 있는데,

지수가 죽고 시신을 감쌌던 담요가 꿈에서 제인을 감쌌던 담요와 같다는 점

소현을 재워주었던 뉴월드의 한 언니가 꿈에서 쉼터 언니로 나왔다는 점 등이 있는 것 같다..

제인과 실제로 있었던 일은 "제인의 공연을 본" 일뿐이고,

나머지 제인과 관련된 장면은 모두 소현의 꿈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소현이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꿈에서 자신을 따뜻하게 위로해줬던 제인 언니의 말을 빌려서 한 것이 아닌지.

이 영화를 곱씹을수록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이 정말 많다.

"소현"이라는 캐릭터.

영화를 보면서 정말 짜증나기도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아니 어떻게 저렇게 이기적일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한편으론 이해가 되는 애증의 캐릭터인 것 같다..

사실 오히려 너무 이해가 되어서, 너무 현실적이어서 더 안타깝고 정이가면서도 미운 캐릭터인 것 같다.

몽환적인 분위기와 주옥같은 제인의 대사

"일? 니네가 벌써부터 일을 왜 하니? 어차피 나이 좀 먹으면 염병 죽을 때까지 일만 하고 살 텐데. 아직 안 해도 돼."

이 말은 소현이가 본인에게 하고 싶은 말 아니었을까... ㅠㅠ 정말 맞는 말이야... 가출 청소년들을 보호해 줄 울타리가 정말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태어나면서부터 거짓말을 했어요. 존재 자체가 거짓이었으니까요.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믿죠."

이 대사를 보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많은 고뇌가 스쳤다. 태어나면서부터 거짓말.. 자신을 부정하면서 사는 삶. 사실 내가 그들이 되어보지 못했기에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그들 또한 이해를 원치 않을 것 같다. 그저 존중받고 또다시 부정받지 않기만을 원하지 않을까. 하지만 페미니스트로서 여권신장에서 트렌스젠더가 미치는 영향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의 트랜스젠더 (특히 내가 많이 접했던 mtf)는 보통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여성상의 모습을 한다. 그리고 이 사회적 여성상은 페미니스트들이 깨트리고 싶은 잔재이기 때문.

여기에 드는 생각은 두 가지인데. - 쓰려고 하니 정리가 되지 않아 (확실히 아는 정보도 많지 않기 때문에) 여러 정보들을 찾고 글을 써야겠다..

그리고 제인을 연기한 구교환 배우가 최근에 본 메기의 주인공이라 완전 깜짝놀랐다.. 다시 보니 얼굴이 그대로 있는..... 그리고 말투도 언뜻 비슷한 것 같기도 ㅋㅋㅋㅋ 연기 엄청 대단하세요... 사실 처음 제인을 봤을 땐 실제 트젠중에 캐스팅을 한 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에 소현이 지수를 묻은 산에서 숫자를 세고 뒤돌았을 때, 소현의 동생이 서있는 모습 또한 머리가 띵-했던 장면이었다. 소현이 가장 죄책감과 수치를 느끼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마이쮸를 건내주는 소현의 동생.

마냥 착하다기보다 소현이라는 사람에게 연민을 느낀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지막 10분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제인의 공연 장면이 나오는데, 이 대사가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싶다.

저는 태어날때부터 진실하지 않았어요. 제 입에서 처음 나온말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네, 제 노래는 거짓역사의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이게 무슨말이냐고요.

바로 요놈, 요자식(고환)에 관한 얘기입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진실이라고 믿죠. 소현의 발가락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렇게 제 존재는 언제나 거짓이었습니다.

입만 열면 거짓의 구취가 난다고 손가락질 받았죠. 지수가 죽고 소현이가 대포에게 지수인 척을 하며 거짓말을 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전 어찌할 줄 몰랐어요.

어떻게하면 사람들 곁에서 머물 수 있는지 방법을 몰랐죠. 소현의 상황과 너무 똑같다...

특히나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제곁을 떠났어요.

그들중 몇명은 제게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넌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거야.

왜냐면 넌 사랑받고 싶어서 누군가를 사랑하거든. 대포를 붙잡는 장면

그렇게 저는 여전히 혼자인채로 살고있습니다.

제 진심이 언젠가는 전달될거라 믿음면서요.

물론 이 외로운 삶은 쉽게 바뀌지 않겠죠. 불행도 함깨 영원히 지속되겠죠

뭐 그래도 괜찮아요.

오늘처럼 이렇게 여러분들과 함게 즐거운 날도 있으니까말이에요.

어쩌다 이렇게 한번 행복하면 됐죠.

그럼 된 거예요.

우리 죽지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그리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만나요

불행한 얼굴로

여기 뉴월드에서

소현이 편지에서 제인의 공연이 자기를 위한 공연같다고 말한 점이 이해가 된다.

소현의 인생에서 이렇게 말해준 사람이 또 있었을까.

항상 외롭고 불안한 소현에게 자신을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첫 따뜻한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삶은 불행의 연속에서 아주 가끔씩 찾아오는 행복이라고 하는 제인.

사실 나는 그 반대로 생각하고자 하는 주의이지만

이런 나도 위로를 받게 되는 영화인 것 같다.

그러므로 강추!!

+) 아...그리고... 조현훈 감독이 어느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했다고한다.. 그래서 지금 자숙중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엄청난 실망... 이 좋은 영화를 만들고 그런 지워질 수 없는 오점을 남기다니.

영화는 영화, 감독은 감독이라고 하고싶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음...

어떻게 보면 인권(?)영화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어떻게 그런 짓을 벌일 수 있나 싶다.

자숙 많이 하시고 사실 그 후의 그의 작품은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이 리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 >

#영화후기 #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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